2021년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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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포스팅은 이전에 운영하던 깃허브 블로그에서 옮겨온 게시글입니다.

취준에 면접에 기업협업 프로젝트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 좀 늦었지만 2021년 회고를 적어보려 한다. 2021년은 어찌 됐건 의미 있는 해로 남을 것 같다.

1. 2021년

1.1 전역

전역 전 종무 비행을 마친 후 동료들의 이벤트

9년차 중사로 전역했다. 3년차 때부터 꿈꿨던 전역이 굉장히 많이 미뤄졌다. 아무래도 사회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겁이 많아서 망설였던 것 같다. 하지만 직업으로서의 뿌듯함이나 자부심과는 별개로 어쩔 수 없는 수직적 체계에서 오는 답답함, 실력보다 정치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 열정과 실적으로 따낼 수 없는 보상에서 느끼는 권태로움이 발화점이 되었고,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 차선'에 한창 빠져있던 시기의 열정이 불을 붙여 큰 용기로 전역을 결심할 수 있었다.

전역을 결심했을 때 코로나가 시작됐다. 사실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역병을 기다리느라 내 20대 청춘을 다 바치고 싶지 않았다. 2020년 말 전역지원서를 제출했고, 작년 초에 후련한 마음으로 서울로 올라왔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입대하고, 20대 후반에서야 전역한 삶에 전혀 후회가 없다. 많은 걸 배웠고, 그 경험들이 지금의 나로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1.2 코딩과의 첫 만남

계획이 전역과 동시에 뒤바뀌었다. 정말 뜬금없는 이유로 코딩을 시작하게 됐다. 사실 지금도 내가 프로그래밍으로 잡을 갖게 되는 것이 놀랍다.

한창 '퍼스널 컬러 테스트'라는 웹 애플리케이션이 유행 중이었다. 친구들이 너도나도 공유하는 걸 보고 관여치 않았는데, 친동생과 술을 한잔하다가 '나도 코딩만 할 줄 안다면 이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광고로 떼돈을 벌 텐데.'라는 너스레를 들었다. 자연스럽게 '그럼 배워서 만들어보면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비전공 코딩 입문자들의 대통령 '생활코딩'에 접속하였고 나의 코딩 인생이 시작되었다.

생활코딩 입문할 때의 두근거림

본가인 제주도에서 첫 강의를 들었는데, 굉장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도 나에게 있어 코딩은 취미로만 남을 줄 알았다. 지금 나의 인생 목표가 모두 바뀔 만큼의 파급력이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생활코딩을 보며 실습했던 첫 번째 웹 사이트

사실 친동생을 놀리기 위해 만들었다

지금 보면 굉장히 허접해 보이지만, 저 당시는 신기함과 흥미의 연속이었다.

비즈니스적으로 만들어 보려 한 MBTI 기반 커뮤니티. 실패했다.

개발을 배우고 처음으로 만들어 본 테스트 사이트

테스트 진행 질문 답변

한 달간의 독학 끝에, Node.js + Express 기반 웹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했다. 참 어려웠던 것 같다. 처음 테스트 사이트를 만들어보겠다는 목표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카카오 애드센스를 덕지덕지 추가했다. 여기저기 공유를 하고 홍보를 해봤고, 그 때쯤 핫하던 머니게임으로도 바이럴 시켜 보고자 했지만, 결과는 역시 처참했다. 돈벌이가 이렇게 쉬울 거였으면 너도나도 다 부자가 됐을 거라는 걸 한 번 더 깨달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여 사람들에게 서비스하는 프로세스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고 재밌었고, 무엇보다 잘하면 프로그래밍에 재능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개발을 본격적으로 배워보기로 했다.

1.3 코드스테이츠 AI 부트캠프

프론트 + 백엔드를 경험하여 흥미를 느꼈는데 갑자기 'AI 부트캠프'라는 워딩이 나오다니, 나도 적다가 실소가 나왔다. 정말 고민하던 저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모르는 게 뭔지도 모르는 수준이었다. 어찌보면 개발은 배우고 싶은데 뭘 배우고 싶은지를 모른다는 느낌이 강했다. 주변에 컴퓨터 공학 관련 인맥이 정말 단 한 명도 없었기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인공지능을 개발하던, 웹을 개발하던 개발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이었을까. 그래도 당시 미래학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이왕 배울 거면 인공지능을 배우자라며, 있어 보이는 AI 부트캠프에 지원을 했고, 합격했다.

베이지안 이론 포스팅

멘붕의 연속이었다. 코드 짜려고 들어왔는데. 개발하려고 들어왔는데. 통계 공부에, 수학 공부에.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10년 만에 미적분 공부가 웬 말이냐고... 지원한 이상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멱살 잡혀 끌려다녔고, 끌려다니다 보니 또 머신러닝을 배우고 있고, 캐글 컴퍼티션으로 모델링 1등도 해보고(?)

교육 당시 캐글 컴퍼티션 1등 이미지

이 때부터 였던 것 같다. 데이터 직무에도 관심이 가고 재밌기 시작했다. 예측 모델을 만드는 컴퍼티션이었는데 일주일 간 밤을 새가면서 성능을 올렸다.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컴퍼티션이지만, 전 기수 1등을 했을 때의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이론으로 쌓은 지식을 실전에서 써먹는 맛이 달콤했다.

그렇게 머신러닝 섹션에서 자신감을 얻었고 모든 것을 뒤집을 데이터 엔지니어링 섹션이 시작됐다.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는 동안은 정말 모든 과정이 다 재밌었다. 파이썬 프로그래밍부터 쿼리문을 이용한 데이터 핸들링, 애플리케이션 구현 및 배포까지. 처음으로 머신러닝 모델을 서빙하는 End-to-End 프로젝트를 완성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서울특별시 기상별 확진자 수를 예측하는 웹 애플리케이션 CO-THER 19

사실 프론트까지 끌고 가는 전 과정이 재밌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단지 코드를 짜 무언가를 구현한다는 행위 자체가 재밌었던 것 같다. 가치 있는 무언가를 생산하여 제공하고 싶었다. 취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크게 없었는데, 혼자 힘으로는 한계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조직의 일원으로 들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큰 가치를 생산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 프로젝트 후로 코드스테이츠 외로 추가로 공부하며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역량을 만들어갔다. 각종 데이터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보며 필요로 하는 스킬에 대해 우선적으로 경험해보려 했던 것 같다. 정말 잘하고 싶었다. 그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1일 1커밋도 꾸준히 하면서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공부만 했다.

한창 코딩에 빠졌을 때 꾸린 광기의 데스크셋, 공부는 역시 장비빨

1.4 취준

취준 회고는 회사가 확정되고 입사를 한 후 자세하게 다루려 하기 때문에 간단하게만 적으려 한다.

누구나 집에서 공부를 오랜 기간 하다 보면, 멘탈을 잡기가 힘들어진다.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내가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게 될까. 교육 중후반부쯤 생각이 많아지고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 퇴교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특히나 나 같은 비전공 + 고졸 + 무스펙 콤보가 더해지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한없는 자기 의심이 생긴다. 사실 기관 내에서 동기들로부터 매우 많은 칭찬과 인정을 받았다. 덕분에 초반에 자신만만한 내가 그럼에도 점점 '이런 내가 정말 취업할 수 있을까?'란 생각은 강해졌다.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를 뽑을 이유를 만들면 됐다.

그때의 방황으로 한번 회사 지원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곳저곳 넣어봤다.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객관화할 수 있었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멘탈을 잡고 다시 교육에 집중할 수 있었고 나의 강점인 'JUST DO'로 부족했던 지식을 지속해서 채웠다.

최종 합격 통보 사진

현재는 열심히 나를 뽑을 이유를 만들었고, 부트캠프 수료를 앞두고 있고, 원하는 회사의 최종 합격도 받고 가고 싶은 다른 면접도 진행해보며 입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끊임없이 이리저리 튀고, 불안했지만 결국 원하던 커리어인 데이터 엔지니어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함에 정말 행복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확인한 후, 이 열정에는 더 불이 붙었고 이제 회사에서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또 갈고 닦고 있다. 실무 경험이 없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많이 들지만, 무엇이든 도전하고 이겨온 경험을 보아 반드시 잘해낼 것 같다.

2. 2022년

작년 한 해는 군인에서 민간인으로 피봇하는 고된 여정이었다. 이번 해는 데이터 엔지니어로서, 개발자로서, 첫 사회의 직장인으로서의 첫 단추가 될 해다. 또 20대의 마지막인 해이다. 여러모로 기대가 많이 된다.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해 온 만큼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빠르게 달려온 만큼 놓쳐서 구멍이 송송 난 부분이 당연히 없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본기부터 꾸준히 복습하여 절대 무너지지 않게 구멍 난 기반을 제대로 메꿀 것이다. 진심으로 앞으로의 이윤민이 기대된다.

Comments

김석재

전 윤민님이 원래 그렇게 잘하시는줄 알았어요
뒤에 엄청난 노력이 숨어있었군요

2022년 5월 3일 13시 19분

Yoonmin Lee

석재님 잘지내시죠!?
되게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2022년 5월 9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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